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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돌아가는이야기/정치이야기

이명박만 없으면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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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년 여에 달하는 유학기간 생활로 얻은 것 중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상식과 경우가 통하는 미국 정치'를 느끼고 배우고  볼 수 있었고 그것을 한국 정치와 비교할 수 있는 아주 작지만 소중한  경험을 쌓은 것 이라고 바로 대답할 것이다.


참 운이 좋게도 정치에 관심이 부쩍 많아졌을 때 부시와 캐리가 맞붙었었고 학부졸업 반년을 앞두고 맥케인과

오바마가 맞붙었다. 그리고 작년 대선, 한 표던지기 위해 "꼭 한국에 올 거야"라고 다짐을 난 기어이 지켜냈다. 그렇게 미국과 한국 양 쪽에서 돌아가는 정치판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고, 이번 여름엔 '인턴기자'로서 마침내 '국회구경'도 해보았다. 


아무튼 유학생활로 가장 큰 수확은 '미국/한국 두 정치판을 조금이라도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쪽을 무지막지 하게 욕할 수 있는 능력 또한 길러졌다는 것. 슬프게도 그 한 쪽은 대부분 여의도 국회이다.


'상식과 경우가 통하는 미국 정치'는 이번 대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각 후보의 확연히 다른 이라크/경제/복지/세금 정책에 대해 미 언론들은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후보들과의 심도있는 인터뷰와 1:1 맞장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알려주는'소통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맥케인의 부통령지명자인 세라 페일린의 '멍 ?리는'(자신이 주지사로 있는 알래스카가 러시아와 가장 가까이 있기에 자신은 외교정책을 잘 할수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가지고 미국 언론들은 바로 그녀의 '능력검증'에 들어갔다.  "이게 도대체 무슨 답변이야? 부통령으로써 능력이 되겠어?"란 식으로 언론들은 그녀를 물고 늘어지고,늘어지고, 또 늘어졌다. 미디어의 후보들에 대한 이러한 철저한 검증'은 '자격조건'이 되지않는 정치인들이 대선무대에 나올수 없게하는, 일종의 '필터링'역할을 한다.


민주당 경선이 한 창일? 뉴욕 타임스 일 면에 오바마 후보의 도덕성에 대해 '딴지를 거는'기사가 나왔다.

'오바마 끝났구나'하고 기사를 읽어보니...  고작 하버드 법대시절 주차위반료를 내지 않은 것에대해 '딴죽 건

기사'였다.  그 기사가 나온 후 오바마는 바로 사과를 하고 $100 정도의 위반료를 20 여 년이 훌쩍 지나고 냈음

은 물론이다.


그 만큼 맥케인과 오바마 후보 양쪽 다 미디어로부터 조금이라도 도덕적/양심적/법률적으로 위반 될 사항에 대해 철저한 '검색'을 받았음은 두 말할 필요없다.(이런 철저한 '검증'을 받고 살아남을 한국 정치인들이 몇이나 될까?) 


이러한 '철저한 검증'은 사실관계(FACT)만을 전해주는 프로( 한국의 전형적인 9시뉴스데스크타입)에선 불가능한 포멧이다. FACT를 전달하는 능력과 '비판'의 기능이 같이 공유되어 있는 프로에서 '검증과 비판'이 가능한데, 요즘 한국의  모습을 보면 이런 프로들이 하나 둘씩 없어지고 있다. 이런 '검증과 비판'을 기능을 가지는 뉴스프로에선 절대 기자들이 노트에 적힌 것 그대로 읽어주는 상황은 나올수없다. 앵커가 의문이 되는 상황에 즉각즉각 질문을 던지고 기자들은 그것에대해 답변을 주는(여기서 자신의 생각이 들어갈 여지도 있다.)역동적인 포멧을 밑바탕에 두고 뉴스가 진행되는데 같은 예를 한국에서 찾기는 너무나 힘들다.

(그나마 가장 그 포멧에 가깝다고 느꼈던 '시사투나잇'이 누군가에게 미운털 단단히 꽂혀 폐지된다고 하니..)


이번 미 대선에서 드러났듯 미국은 치열한 정책공방/토론을 통해 각 후보의 정책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다른지, 유권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에반해 지난해 한국의 상황은 BBK..BBK...BBK ..그리고 김경준.


모든 관심의 초점이 정책과 그 현실성에 관한 것이 아닌 이 후보의 '도덕성 검증'에 대선 불과 한달 전까지 '올인'되어있는 상황이었다. 실 이 정도 의혹에 연루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미국이었다면 일치감치 나와야 되는 상황. 이번에도 한국 특유의 정치문화, '정치인 중에 안 그런 사람 어딨나' 그 기질을 발휘했다.


 작년 KBS의 한 프로에서 대선 후보들의 '도덕성'을 주제로 한 시사프로를 방연한 적이있다.  기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빌딩에 딸을 '관리인'으로 '위장취업'시켜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을 고발하고 정동영 민주당 후보에 대해선 기자시절 전두환 대통령의 '찬양기사'를 낸 것을 문제삼았다.  마침내 프로 담당기자가 이명박 후보에게 다가가 그에게 설명을 부탁하자 그의 답변.

"KBS기자가.. 그 정도밖에 질문을 못하나?"


정동영 후보에게 전두환 대통령 '찬양기사'를 낸 적이 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 후보는 어색한 웃음만을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뜨는 장면을 남겼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양측 후보로부터 어떠한 답변이나 변명조차 나오지 않았다.


미국/한국의 대선/총선을 비교하자면 그 차이점은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정치인의 도덕성 시비에 대해 미국인들과 주요 언론들은 "어떻게 그럴수가 있지? 그러고도 지금 선거에 나온거야?"라며 후보를 선거에 뛰기도 전에 매장시키는 것이고 그에 비해 한국의 유권자들은 "정치인치고 그렇지 않은 사람 어디있어,, 다 그런거지.."하며 너무나도 놀라운 관용력을 보여준다는 사실.


그런 차이점을 두고 '미국은 민주주의 역사가 200여년이 넘고 우린 이제 갓 20년 되었는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라며 당연한 듯 치부해 버려야 할까?


4년 후 한국의 대선(헌법 개정이 없다면)과 미국의 대선이 같이 열린다. 2012년 겨울에는 한국과 미국이 차이점 보다 공통점이 더 많은 선거를 가질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어본다.


출처-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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